혼인기간 7년이어도 실질적으로 5년미만이면 분할연금 못 받는다
서울행정법원 2026. 6. 5. 선고 2025구합461 판결
1. 사실관계
원고 A와 피고보조참가인 B는 1992년 6월 혼인신고를 하고 함께 생활하다가, 이후 별거에 들어갔고 2000년 2월 협의이혼을 하였다.
원고는 1989년부터 2015년까지 약 26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하였고, 2018년부터 노령연금을 수급해 왔다. 그러던 중 2024년 4월, 전 배우자인 B가 원고의 노령연금에 대해 분할연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국민연금공단은 두 사람의 혼인기간(83개월, 약 7년)을 그대로 인정하고 연금분할 비율을 각 50%로 정하는 처분을 내렸다. 원고는 이에 불복해 심사청구·재심사청구를 거쳤으나,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재판서 등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있던 약 3개월(1996. 3. 6.~6. 14.)만 혼인기간에서 제외되었을 뿐, 나머지 기간은 그대로 인정되었다. 원고는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의 주장은 명확했다. "B는 1995년경 가출해 별거가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는 사실상 부부관계가 아니었다. 그 기간을 빼면 국민연금법이 요구하는 혼인기간 5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 쟁점 — "혼인기간 5년"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은 분할연금 수급 요건으로 혼인기간 5년 이상을 요구하면서, 이 혼인기간에서 "별거, 가출 등의 사유로 인하여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기간"은 애초에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실질적 혼인관계 부존재기간"을 무엇으로 증명하느냐다.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45조의2는 ① 실종기간, ② 거주불명 등록기간을 열거하면서, 그 외에도 ③ 당사자 간 합의, ④ 법원의 재판 등으로 인정된 기간이 있으면 이를 인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시행규칙 역시 첨부서류로 "법원의 재판서 사본 등"을 예시하고 있다.
실무에서 국민연금공단은 그동안 이 문구를 사실상 폐쇄적 열거로 운영해 왔다. 즉, 이혼 판결문이나 조정조서 등 법원이 작성한 문서에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취지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오랜 기간 별거했다는 정황이 있어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식이다. 이 사건에서도 공단은 바로 이 논리로 원고의 자료를 배척했다.
3.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이러한 공단의 실무 관행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다.
첫째, 법령 해석의 문제. 재판부는 시행령·시행규칙의 문언, 위임 형식, 그리고 "만일 '법원의 재판 등'을 법원 작성 문서로 한정한다면 그 증명을 위해 당사자로 하여금 재판절차를 진행하도록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는 점을 근거로, 시행령 제45조의2가 정한 사유들은 반드시 제외되어야 하는 기간의 예시적 열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즉, 법원 문서가 없더라도 다른 객관적 증거로 실질적 혼인관계 부존재 사실을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사실인정의 문제. 재판부는 ① 원고와 B의 주민등록 등록 내역(1996년 3월 무단전출로 동시에 말소된 이후 재등록 주소가 완전히 갈라진 점), ② B가 작성한 진술서 자체에서 드러나는 장기간의 별거·비접촉 정황, ③ 두 사람 사이 자녀에 대한 양육비 미지급 등 정황을 종합하여, 적어도 1996년 3월경 이후부터 2000년 협의이혼에 이르기까지는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 결과 원고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이 5년을 넘게 되어, B는 애초에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이 정한 분할연금 수급권자의 자격 자체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법원은 이와 다른 전제에 선 공단의 분할연금 지급결정을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하였다.
4.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민연금법 시행령상 "법원의 재판 등"이라는 문구를 폐쇄적 열거가 아닌 예시적 열거로 명확히 자리매김시켰다는 점이다. 그동안 하급심 실무에서 공단이 판결문·조정조서 등 법원 작성 문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 혼인관계 부존재 주장을 배척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이 판결은 그러한 경직된 운영이 "당사자에게 불필요한 재판절차 진행을 강요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는다고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행정청의 문언 해석이 국민의 재판청구를 사실상 강제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행정법의 기본 원리가 반영된 셈이다.
둘째, 분할연금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실질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분할연금 제도는 혼인 기간 중 배우자의 가사·경제적 기여를 인정해 그에 상응하는 연금을 나누어 준다는 데 본질이 있다. 형식상 혼인관계(호적상 혼인기간)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사실상 수십 년간 남남처럼 지낸 배우자에게도 기여가 없는 기간까지 포함해 연금을 분할해주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법원은 주민등록 이력, 당사자 진술, 양육비 지급 여부 등 정황증거를 폭넓게 종합해 "실질"을 판단함으로써 제도 취지를 살렸다.
5. 실무 활용 방안
이 판결은 앞으로 분할연금 관련 실무에서 다음과 같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① 국민연금공단의 심사 실무 변화 가능성. 이 판결이 확정되고 유사 사례가 축적되면, 공단은 심사청구·재심사청구 단계에서부터 법원 재판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배척하기보다, 주민등록 이력, 진술서, 자녀 양육 관련 자료 등 정황증거를 실질적으로 심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이는 심사청구·재심사청구 단계에서의 승산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② 소송·불복 실무에서의 입증전략. 실질적 혼인관계 부존재를 주장하는 당사자(주로 노령연금 수급자인 원 배우자) 입장에서는, 이혼판결문이나 조정조서와 같은 법원 문서가 없더라도 ⓐ 주민등록 등록·말소·전입 이력, ⓑ 상대방의 진술서·소명자료, ⓒ 자녀 양육비 지급 여부, ⓓ 별거 기간 중 왕래·연락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수집·제출하는 것이 실질적 혼인관계 부존재를 인정받는 핵심 전략이 된다는 점을 이 판결이 재확인해 준다.
③ 분할연금 청구인(전 배우자) 측 대응. 반대로 분할연금을 청구하는 전 배우자 입장에서는, 별거 기간 중에도 실질적인 혼인관계(생활비 공동부담, 정기적 왕래, 자녀 공동양육 등)가 유지되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둘 필요성이 커졌다. 단순히 "이혼하지 않고 혼인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별거기간 중에도 실질이 유지되었다는 적극적 소명이 요구되는 구도로 실무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④ 유사 분야로의 확산 가능성. 이 판결의 법리 — 법령상 "재판 등"이라는 예시적 문구를 폐쇄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 — 는 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의 분할연금 규정, 나아가 유족연금·수급권 상실 관련 실질관계 판단 규정에도 유추 적용될 여지가 있어,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6. 맺으며
이번 판결은 "형식적 혼인기간"과 "실질적 혼인관계가 유지된 기간"을 구분해, 분할연금 제도가 본래 지향하는 실질적 기여 분배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동시에 행정청의 경직된 문언 해석이 국민에게 불필요한 소송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는 행정법의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향후 유사 사건에서 이 판결이 중요한 선례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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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서울행정법원 2026. 6. 5. 선고 2025구합461 판결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항소심 등을 통해 판단이 변경될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작성 당시의 법령과 판례를 기준으로 한 일반적인 설명이며, 이후 법령이나 판례가 바뀌었을 수 있습니다. 사건마다 사실관계가 달라 결론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읽거나 홈페이지로 문의하신 것만으로 위임 관계가 생기지는 않습니다.